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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저수가 정책과 돈벌이 눈 먼 기업이 심장병 환아를 죽음으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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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우회사무국 작성일18-05-15 19:04 조회2,3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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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저수가 정책과 돈벌이 눈 먼 기업이 심장병 환아를 죽음으로 내몬다”

 

안상호(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라포르시안] 심장은 대개 본인의 주먹크기 정도의 작은 근육 덩어리다. 인체 내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장기로,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돌게 한다. 신생아 중 0.8~1%(1000명 중 8~10명)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지니고 태어난다, 심장 혹은 혈관이 정상적인 발달을 하지 못한 채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을 갖고 출생하는 것이다. 선천성 심장병 소아 중에서 25~30%는 심실중격결손과 폐동맥협착이 함께 동반된 복합심장기형을 안고 있다.

 

 

이런 복합심장기형을 안고 있는 소아 환자의 수술에 꼭 필요한 게 바로 판막이 들어 있는 인조혈관이다. 국내에는 소아 심장병 수술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업체가 딱 한 곳 뿐이다. 등산복 등의 아웃도어 소재로 쓰이는 ‘고어텍스(Goretex)’로 유명한 미국의 고어&어소시에이츠사다. 이 회사가 개발한 고어텍스는 의료용 인조혈관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고어 사의 한국법인인 고어코리아가 인조혈관 제품을 공급해 왔다.

 

 

그런데 최근 고어사가 인조혈관 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메디컬사업부를 철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인조혈관의 의료수가가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해 팔아도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고어사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면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소아 환자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고어사가 공급을 중단하면 더는 인조혈관을 이용한 심장수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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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 심장수술 전면 중단 위기라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고어사가 공급 중단 시점으로 통보한 오는 9월 이후부터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건가.

 

 

“복합심장기형 환아를 수술하는 병원에서는 심장수술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얼마간이라도 수술할 수 있도록 치료재료를 미리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오는 9월 이후 바로 심장수술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술 중단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밖에 없다.”

 

 

-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가족들의 불안감이 상당히 클 것 같다.

 

 

“당장 뱃속의 태아가 몇 개월 후 출산과 동시에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거나 앞으로 계속 단계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심장병 환아를 둔 부모들은 눈물로 지내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이 다른 중증질환과 다른 점은 아이를 출산하기 전인 임신 20주 전후에 거의 진단된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삶이 이전과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한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 고어코리아의 시장 철수는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비윤리적 행위이기도 하다. 기업의 윤리경영 부재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고어사는 이번 일을 통해 ‘돈이 되지 않는다면 선천성심장병 아이들의 생명 따위는 관심조차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어텍스 의류 등의 사업에서는 수익을 내고, 돈이 되지 않는 의료기기 사업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철수한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협상도 없이 왜 국내시장 철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는지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인조혈관의 경우 공급이 중단되면 복잡 심장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수술도 받지 못하고 사망할 수밖에 없는 필수 치료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보험상한가와 같은 의료수가 정책도 이번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보건복지부는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의료수가를 올리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는 데 대응 원칙을 두고 있는 듯하다. 심장병 소아 환자를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 것 같다.

 

 

“선천성 심장병 환아를 둔 부모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의 생명이 걸려 있음에도 수가를 인상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던 3.5mm 인조혈관의 고시가가 16만원이 채 안되며 연간 국내 사용량이 300개에도 안된다. 앞에서는 아이들이 국가의 미래라고 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외면하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절망하고 있다.”

 

 

- 인조혈관 공급 중단 논란을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공급 시스템부터 정책,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이르기까지 소아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심장병 환아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어린 자식이 한 명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부모 중 한 사람은 일을 그만두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과 같이 간병인을 두기가 쉽지 않고 부모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기 때문인데 지금 우리는 상병수당이나 간병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좋은 치료재료로 제대로 치료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복잡한 심장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고어사의 인조혈관과 소아용 에크모와 캐뉼라(Cannular) 등의 치료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아에서 사용하는 치료재료는 다품종 소량일 수밖에 없고 기업 입장에서도 이윤이 적으니 적극적으로 생산에 나서지 않는다. 환자 수가 적은 표적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의 가격은 환자 수와 반비례하게 책정되나 치료재료에서는 이런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으니 공급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다."

 

 

- 구체적인 예를 들면.

 

 

"몸무게 3Kg 이하 작은 아기들의 체외순환시 필요한 동맥용 캐뉼라(6Fr, 8Fr)와 정맥용 캐뉼라(8Fr, 10Fr)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같은 이유로 공급이 중단돼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기용 동맥필터가 포함된 산화기가 없어 동맥필터를 빼고 수술하거나 충진액을 과하게 넣고 수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사용할 카테터가 없어 간단히 혈관에 연결하지 못하고 가슴을 열고 에크모를 돌리고 있는데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또한 소아를 대상으로는 임상시험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임상 적응증이 되는 성인에서는 급여 혜택을 받지만 소아에서는 비급여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개선이 필요하다.“

 

 

- 저출산에 따른 환자 수 감소와 저수가, 진료과 특성상 수익 창출이 어려운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소아심장 전문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결국 심장병 환아들의 의료이용 접근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심지어 이런 의료환경이 선천성 심장질환 진단을 받은 태아를 낙태로 내몰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그런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동안 소아흉부외과 세부전문의는 단 6명만이 배출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은 단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의사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소아흉부외과가 소위 돈이 되는 진료과가 아니다 보니 운영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복잡 심장기형 아이들의 의료이용 접근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새벽에 아기가 아프면 수술한 병원 찾아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임신 당시 태아가 선천성 심장기형 진단을 받고도 포기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이번 사태로 인해 잘못 판단하고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날까 우려된다.”

 

 

- 의약품과 달리 치료재료는 환자 선택권도 취약하고, 그 정보를 알기도 어렵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치료재료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 사례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암환자의 경우 내과의사가 ‘신약이 있긴 하지만 매우 고가라서 처방하지 못한다’라고 이야기 하면 신약의 접근성 강화를 외치며 정부를 향해 요구하고, 정부는 환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수술과 치료재료가 중요한 선천성 심장병을 비롯한 심장질환의 경우 외과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좋은 치료재료 있긴 한데 사용을 할 수가 없어서 수술이 잘 될 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하는 경우는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킬 뿐 설령 환자가 수술 후 사망하더라도 ‘치료재료가 없어서 사망했다’고 하지 않는다. 의사는 정부와 싸우기 어렵고, 환자나 보호자들은 치료재료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그동안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약이나 주사제와 같은 의약품과 치료재료가 다른 점이고 좋은 치료재료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환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정지됐을 때 체내에 산소를 기계적으로 공급하면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장치인 에크모(ECMO)는 삼성 이건희 회장과 메르스 사태로 인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에크모 전용 캐뉼라는 국내에서 사용을 못하고 있다. 수술시 짧은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체외순환용 캐뉼라를 에크모에 장기간 사용하니 구겨지고 찢어지고 심지어 끊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환자가 생명을 잃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두 캐뉼라의 가격 차이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 업체에서는 국내에 공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심장판막질환자들이 기능이 개선된 새로운 판막을 사용하지 못하고 80년대 판막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본다.“

 

 

-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들었다.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의 핵심은 뭔가.

 

 

“복잡 심장기형 환아의 부모들과 성인환자, 그리고 모든 심장질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재료를 사용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소아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의 규정에서 예외 조항이 아니라 특별법에 준하는 규정 적용으로 차별화 된 규정과 조치를 바라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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