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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가 진짜 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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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우회사무국 작성일18-05-15 19:10 조회2,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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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안상호(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 


[라포르시안]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올해로 37회째를 맞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정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시선과 태도, 그리고 인식은 장애인의 날이 처음 제정됐던 37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런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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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뇌성마비가 무엇인지 다운증후군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왜소하고 겁 많던 나에게는 그저 몸이 뒤틀린 동네 형의 모습은 공포영화 속 주인공처럼 무서웠고, 동네 놀이터를 주름잡던 덩치 크고 이상한 표정의 형은 피해 다녀야 할 기피 대상 1호였다.

 

당시 나에게 뇌성마비를 가진 형이 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몸을 괴상하게 뒤트는지, 다운증후군을 가진 형이 왜 그리 덩치가 크고 고집스러웠는지 알려주는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도 못 본 척 피할 뿐이었다. 제 자식이 혹시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어울려 노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떼어내기에 급급했다. 먹고살기 힘들었고 어찌 보면 타인의 장애나 질환에 대한 이해보다 오해를 먼저 할 수밖에 없었던 1970~80년대의 흔한 풍경이었다.

 

시간이 흘러 강산이 3번 하고도 반이 바뀌었고 부모가 되었다. 첫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부터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장애를 가진 친구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뇌성마비를 가진 친구의 표정이 왜 일그러지고 동작이 부자연스러운지, 자폐증을 가진 친구가 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등을 미리 알려주어 장애를 가진 친구를 오해하지 않도록 가르쳤고 먼저 다가가고 친해져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인천의 커피전문점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직원이 건네는 물컵을 거부하고 곁에 있던 비장애인 직원에게 다시 새 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믿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이뿐만이 아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바리스타가 이야기를 듣지 못하자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을 등을 향해 던지고 뇌병변장애가 있는 직원이 테이블을 정리하려 하자 다리를 끄는 모습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쯤이면 누가 장애를 가진 사람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60대가 넘은 우리 부모 세대는 장애나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기 힘들었고, 그래서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바르게 가르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자식들인 우리가 성인이 되어 만들어 가는 세상에서는 적어도 장애나 질환으로 오해를 받거나 편견으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자라던 1970~80년대와 내 자식이 자라는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아니, 훨씬 더 고약해졌다. 알지 못해 무서워하고 몰라서 차별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차별하고 충분히 알아볼 수 있어도 알고 싶어 하지 않고 그저 장애를 가진 사람과는 섞이기가 싫은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한테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배워야 한다고 강요당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저 시험문제 잘 푸는 방법,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방법만을 아이들의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받아쓰기, 덧셈, 뺄셈부터 가르치기 전에 나와 다름이 있는 친구를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부터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한다.

 

한글 맞춤법,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그깟 거 배우는 게 조금 늦으면 어떤가. 우리 아이들이 성적이 떨어지고 일류대학에 입학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남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먼저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아져야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아주 작은 어항 속에서 사는 물고기들처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운명체이다. 그 어느 쪽이라도 불행해지면 결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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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는?

2003년부터 선천성심장병환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환우회 대표를 맡아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성인 환우들의 건강권 확대를 위해 전투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선천성심장병 아이들이 편견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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