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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만원중 454만원 '선택진료비 폭탄'…암환자 두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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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환우회사무국 작성일15-07-02 17:47 조회2,9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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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든 의료현장에 메스 대자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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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는 명칭과 달리 환자에게 선택권이 거의 없는 데다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폐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환자가 선택진료비가 포함된 진료비 내역서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이충우 기자>
직장인 박 모씨(40)는 얼마 전 부친이 갑자기 쓰러져 급히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병원 직원은 "선택진료 의사를 먼저 정해야 병실을 배정받을 수 있다"며 선택진료 신청서를 내밀었다. 선택진료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박씨는 병원에서 추천해 준 전문의 이름을 주 진료과 의사란에 적었다. 이어 영상진단ㆍ방사선 치료ㆍ마취 등 줄줄이 이어진 선택진료란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병원 직원에게 물어보니 "모르면 위임란에 체크하면 된다"는 짧은 답변을 들었다. "선택진료 의사 위임이 뭐냐"고 다시 묻자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항상 협진하는 분을 선택하게 되는 거니까, 그냥 체크하세요"라는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왔다.

간암 진단을 받은 부친은 무사히 수술을 마쳤지만 이후 그가 받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진료비 청구서였다. 암환자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률이 5%에 불과하지만 부친 진료비는 1119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선택진료비로 빠져나간 비용은 454만원으로 무려 40%에 달했다.

특히 그가 당황스러워했던 부분은 마취료. 5%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면 전체 마취료 100만원 중 5만원만 내면 됐지만 선택진료비로 70만원이 찍혀 있었다. 병원에 항의를 했지만 이미 선택진료 신청서에 서명을 한 후라 돌이킬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MRI와 CT 진단료에도 각각 7만5000원과 12만4000원의 선택진료비가 붙었다.

병원들이 선택진료(특진) 제도를 이용해 환자들 주머니를 털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을 선택진료비로 얹는 바람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선택진료비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5년차 이상 교수나 10년차 이상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때 환자가 내는 추가 진료비다. 많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능력 있고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자 할 경우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 본래 취지다. 1967년 국립의료기관 의료진이 민간 병원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의료수가)을 받는 것을 보전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선택진료 신청서에는 환자들이 주 진료과 의사와 지원 진료과 의사를 각각 선택할 수 있도록 별개 항목으로 표기돼 있다.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선택진료를 원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체크를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환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거의 강제로 선택진료를 적용할 때가 적지 않다. 선택진료를 받지 않으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러니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선택진료를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 게다가 병원의 기본 인프라에 해당되는 마취ㆍ통증 치료ㆍ영상촬영 등 진료지원 과목에 대해서도 선택진료를 받으라고 하니 속이 터질 뿐이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선택진료 신청서 작성 시 병원 측에 설명과 고지 의무가 있지만 매우 형식적"이라며 "선택진료 의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입원이나 수술 절차가 지연된다고 겁을 주는 병원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진찰은 주 진료의사에게 받겠지만 MRI는 비선택진료 의사의 처치를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지만 수술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같은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선택진료를 적용하기도 한다. 올해 4월 병원 신세를 졌던 진 모씨(48)도 그랬다. 장폐색(장이 막힘)으로 인제대서울백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선택진료비를 내야 했다. 그가 낸 병원비 68만여 원 중 14만8000원이 선택진료비로 빠져나갔다.

무조건 선택진료를 선택해야 하는 질병도 있다. 선천성 심장병 환자는 소아인 데다 복합심장병인 경우가 많아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은 거의 선택진료 의사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수술 가능한 의사가 전국에 10여 명밖에 안 되는데 모두 선택진료 의사"라며 "선택진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수술을 받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해 선택권이 전혀 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마취과와 영상의학과 등 진료지원 과목의 경우 선택 의사가 임의로 변경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해 5월 중증질환 환자ㆍ보호자 6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진료 중 선택진료 의사가 변경된 경우는 62.3%에 달했다. 이들 중 16%는 변경 사실을 통보받은 적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선택진료 의사는 5697명으로 선택진료 자격을 갖춘 의사의 79%에 달했다. 이는 진료 가능한 의사(총 2만50명)의 28%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급종합병원보다 한 단계 아래인 종합병원의 선택진료 의사 지정률은 69%며 일반 병원은 선택진료 의사 비중이 53% 수준이다.

[이새봄 기자]

출처 매일경제 13.11.0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306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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