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희망찾기] 해발 1439미터에 오른 선천성심장병 아이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환우회사무국 작성일18-05-15 19:51 조회2,19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희귀질환 희망찾기] 해발 1439미터에 오른 선천성심장병 아이들
세상의 편견과 맞선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소백산 등정기
소백산 비로봉에서 ‘2017 소백산 원정대’ 단체 사진(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제공)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지난 23일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운동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 일환으로 ‘2017 소백산 원정대’가 해발 1439미터의 소백산 비로봉 등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의 ‘2017 소백산 원정대’는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천동계곡 코스 구간을 선택, 오전 8시30분 천동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천동 쉼터, 고사목 구간, 비로봉 능선 길을 지나 오후 3시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에 올랐다.
소백산 정상까지 6시간이 넘는 기나긴 산행에 땀이 비 오듯 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비로봉으로 향하는 갈대밭 사이의 능선 길을 지나 구름에 완전히 덮인 비로봉에 도착했을 때 원정대는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해냈다’는 자신감이 북받쳐 올랐다.
‘2017 소백산 원정대’는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가족 48명과 소아심장 의료진으로 세종병원 소아청소년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부산대 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김형태 교수·전남대병원 소아흉부외과 정인석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 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가 함께했다.
또한 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원 11명과 항공대학교 대학생 자원봉사자 2명이 원정대에 참여했으며, 재단법인 희망철도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함께 2017 소백산 원정대를 준비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원정대에 참여한 아이들은 모두 복잡심장기형을 가지고 태어나 적게는 한 번부터 많게는 열 번도 넘게 심장수술과 시술을 받았다”며 “원정대의 유일한 성인 환자로 참여한 김해진(36)씨 역시 ‘양대혈관우심실기시’라는 복잡심기형으로 6살 때 첫 수술을 시작으로 13년 전인 2004년 폰탄수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은 “작년 한라산원정대에 이어 두 번째 원정대다. 아이들과 함께 소백산을 오르면서 작년보다 크게 성장한 것을 실감했다. 한라산 등반 때는 걱정도 조금됐었는데 이제는 부모들이나 의료진보다 아이들이 산을 더 잘 오른다”면서 “환우회의 인식개선 운동으로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 바뀌길 바라고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소아심장 의료진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올해 원정대도 바람대로 잘 마무리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장이 건강한 아이들도 힘든 소백산 산행을 잘 참고 끝까지 정상까지 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여러 가지 생각도 들고 또 배우는 점도 많았습니다. 작년 한라산 때보다 더 씩씩하게 산행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을 보고는 앞으로도 원정대가 지속적으로 잘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세종병원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과장은 “이번 원정대 역시 감동이었다. 보다 많은 심장병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참석해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깰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2명의 원정대 아이들이 한 자씩 정성껏 쓴 글로 만든 엠블럼으로 제작한 2017 소백산 원정대 깃발 (비로봉 능선에서)
봉사자로 참여한 한국철도산악연맹 구조대 임혁기 훈련대장도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강조해다. 그는 “일반 성인들도 힘들어하는 코스를 9시간 30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겨 낸 원정대 아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원정대를 돕기 위해 우리 구조대 11명이 자원했는데 엄마의 배낭을 받아주려 해도 ‘내게 배낭이 없으면 아이가 안기려 해서 안 돼요’라며 사양하시고, 아이의 손도 쉽사리 잡아주지 않던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특별한 지원 없이 1439미터 비로봉을 오른 아이들에게서 도리어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산전 진단 후 소중한 아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 의료수준이 낮아 심장수술을 하기 어려웠던 1970~1980년대 이야기를 하며 낙태를 종용하는 산부인과 의사와 관련한 제보를 받으면 너무 화가 납니다.”
이번 원정대를 준비했던 안상호 대표는 “파란 입술, 헐떡이는 숨, 잘 뛰지도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불안에 떠는 부모들에게 원정대가 희망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여느 건강한 아이와 다르지 않게 씩씩하게 소백산에 오르는 것을 보여줘 편견을 바로잡고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자 한다. 함께해 준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우리의 도전을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신 소아심장 선생님들과 봉사자분들께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가 펼치는 인식개선운동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는 선천성심장병 환자의 심장은 정상 심장과는 ‘다르지만’ 심장 외의 모든 것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린다. dls를 통해 선천성심장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공익캠페인이다.
지난 2003년 설립된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선천성심장병 병명별 강연 ‘우리아기심장알기’, 영유아 심폐소생술 교육 ‘우리아기생명지킴이 119 302’, 지역별 정기모임 ‘새하마노’, 소아심장 의료진과 소통하는 토크쇼 ‘오즈의 마법사’, 가족여행 ‘휴’, 의료기기 및 의료비 지원사업 ‘우심소희망나누미’ 그리고 선천성심장병 어린이와 성인 환자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받는 편견이나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인식개선운동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